[한국의 산티아고 - 운탄고도를 가다] 7. 막장의 땀·눈물 스민 땅, 야생화 뒤덮인 천상의 화원으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던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소원을 빌었던 곳이 있다. 바로 정선 고한읍 고한리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만항재가 그 곳이다. 해발고도 1330m 로, 한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고려말 또는 조선초 개풍군 광덕면에 위치한 광덕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두문동에서 살던 주민 일부가 정선으로 옮겨와 살면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던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만항에서 소원을 빌었다고 해 만항재로 불리고 있다. ‘운탄고도 1330’은 바로 만항재의 높이로, 이주 주민의 역사와 탄광지역 주민들의 삶의 노정이 깃든 장소이자 운탄고도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운탄고도의 시발점 ‘만항재’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으로 불린다. 봄부터 여름까지 다양한 야생화가 만항재를 뒤덮기 때문이다. 해발고도가 높아 야생화가 늦게 꽃을 피우지만 화려함은 그 어떤 야생화 군락지보다 빼어나다. 고원 함백산야생화축제위원회는 해마다 8월 중에 야생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함백산 산신제를 시작으로 숲속 힐링체험, 정암사 산사음악회, 자장율사 순례길 탐방, 고한 골목길정원박람회 등 만항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만항재는 생태산업유산 탐방로인 광부의 길과 새비재길, 즉 운탄고도의 시작점이다. 만항재를 시작으로 혜선사~하이원CC~화절령 사거리~새비재~타임캡슐공원~안경다리마을~함백역~자미원역~민둥산역~사북읍~고한읍~정암사~삼탄아트마인~만항야생화마을을 거쳐 다시 만항재로 이어진다. 이 구간은 운탄고도를 통해 석탄을 나르던 트럭의 이동로이다. 석탄산업이 활황세일 당시 트럭은 하루 삼교대로 캐낸 석탄을 싣고 동쪽 만항재에서 올라와 정암산, 백운산, 두이봉, 질운산 산허리를 지나 새비재에 이르러서야 함백역으로 향했다. 이 도로는 하루에도 수백 대의 트럭이 오가며 검은 먼지를 날리던 길이었다.운탄고도에 얽힌 이야기는 낭만적이지만 만들어진 과정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운탄고도는 1962년 국토건설본부를 개편해 발족한 국토건설단에서 개설했다. 국토건설단은 불량배나 부랑아들을 강제 징집해 군대식 편제와 규율 아래 노역을 시키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운탄고도는 그 시절에 조성됐다. 정선지역에 산재해 있는 300여개의 탄광에서 역까지 석탄을 실어 날라야 하는데 산중에 제대로 된 길이 없었다.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평균 해발고도 1100m의 고원 산길 40㎞가 넘는 구간을 2000여명이 삽과 곡괭이 만으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로 만들었다. 또한 1948년부터 2004년까지 정선의 88개 석탄광과 지하 막장에서 목숨 걸고 일했던 사람들의 땀과 눈물도 운탄고도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지난 시절 국토건설단의 땀과 눈물 위로 검은 먼지를 날리며 트럭들이 오갔던 운탄고도는 구름이 머무는 아름다운 길, 사람들이 찾아와 쉼을 얻는 치유의 길, 과거의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게 넘었던 고난의 길이었다는 것을 운탄고도는 기억할 것이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향기를 뿜어 낼 때마다. 신동읍 새비재에서 고한읍 만항재까지 24㎞의 운탄고도는 자전거 여행자들의 힐링 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주현△ 함백산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소도동에 걸친 높이 1573m의 산이다.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으로 둘러싸여 있다. 1993년 환경부가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함백산은 황지의 진산으로 알려진 산이다.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하며, 정상에 서면 백두대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멀리 동해바다 해돋이도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주목 군락이 형성돼 있다.△ 정암사신라시대의 천년고찰이다. 신라의 고승인 자장율사가 태백산에 석남원을 세운 뒤 그곳에서 입적했는데, 마지막 생애를 보낸 태백산의 석남원이 지금의 정암사다. 자장율사가 절을 다 짓고 난 뒤에 자신이 갖고 있던 주장자(지팡이)를 땅에 꽂았는데 이 주장자가 다시 살아나 큰 나무로 자라 지금 정암사 적멸보궁 앞에 서 있는 주목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 경내에는 국보 제332호인 수마노탑이 있다. 높이 9m. 석탑은 정암사 적멸보궁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 급경사를 이룬 산비탈에 축대를 쌓아 평평한 대지를 만들고 석탑을 세웠다. 벽돌처럼 돌을 다듬어 올린 모전석탑(模塼石塔)이다.△ 삼탄아트마인1962년 고한읍에 설립된 삼척탄좌는 국내에서 가장 큰 민영탄광으로 유명했다. 1988년 석탄산업합리화법이 제정되고 2001년 삼척탄좌는 폐광했다. 삼척탄좌가 문을 닫은 자리에 2011년 들어선 것이 대한민국 문화예술광산 1호인 정선삼탄아트마인이다. 삼척탄좌를 의미하는 삼탄과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 그리고 광산을 의미하는 마인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이곳에는 과거 탄부들이 석탄을 캐던 탄광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또한 삼척탄좌로 사용됐던 장소들을 활용해 예술전시장을 꾸몄다.△ 마을호텔 18번가고한읍 고한리에 들어선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호텔이다. 호텔 주인은 마을주민이다. 기존 호텔이 고층 건물 안에 객실과 레스토랑, 편의시설 등이 층별로 자리한다면, 고한 18번가 마을호텔은 마을골목이 호텔의 로비이다. 골목은 지역 예술가들이 벽화를 그리고 주민들이 LED야생화를 만들어 배치해 마치 동화 속 같다. 객실은 마을의 빈 가게를 개조해 꾸몄다. 더블침대와 싱글침대를 갖춘 꽃방, 싱글침대를 갖춘 빛방, 온돌방인 별방으로 이뤄져 있다.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7029)
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