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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광부에게 진 빚, 빛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2023.03.31

산업전사 광부와 폐광지역을 주제로 다룬 책들이 잇따라 나왔다. 탄광문학 연구자인 정연수 시인이 쓴 ‘한국탄광사:광부의 절규’, 힐링드림협동조합과 태백시가 펴낸 그림책 ‘블랙 산타가 된 까망 요정 땅요’다. 학술서와 그림책으로 장르와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광부와 폐광지역이 처해 있는 현실을 그 지역 혹은 개인만의 문제로 두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말해준다. 광부의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하면서 이들이 사는 지역을 어떻게 살려나가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정연수 시인이 쓴 ‘한국탄광사:광부의 절규’는 석탄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을 위한 포럼 발제와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현황과 세계유산화 방안’에서 다룬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다. 1부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 광부와 탄광노동의 현실’, 2부 ‘강요된 산업전사와 광부의 희생’, 3부 ‘석탄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으로 구성됐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광부의 현실을 개인의 비극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석탄합리화로 탄광이 문을 닫아도 막장에 종사하던 광부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제대로 예우받지 못한 순직 광부와 유가족, 진폐재해자와 가족들의 고통 또한 여전하다.


산업화 시기의 광부들은 경제적 난민이자 사회적 약자였다. 탄광촌 호황기에도 탄광경영자나 매탄업자, 술집과 쌀찝 등 일부 상권만 부를 누렸을 뿐 광부의 가족은 여전히 가난했다. 저자는 “탄광촌에서는 강아지도 만 원을 물고다닌다”는 말은 “내 아들만은 광부 만들지 않겠다”는 광부들의 다짐처럼 허황된 거짓말이라고 표현한다. 두 달 미뤄 지급하는 탄광촌의 월급 방식은 광부들을 고리채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현재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3개의 탄광은 모두 폐광을 앞두고 있지만 탄광문화를 계승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석탄산업전사 예우를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석탄공사를 ‘탄광문화유산공사’로 전환하고 장성·도계광업소의 시설을 활용한 국립탄광박물관 조성을 제안한다. 이외에도 김민기의 노래 ‘금관의 예수’의 배경은 김지하 시인이 도계 흥국탄광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쓴 가사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산업화 시절에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급기지로 국가산업의 초석을 다진 태백지역 광부들이 희생을 그린 그림책이 나왔다.


힐링드림 협동조합은 태백시의 존립기반 이었던 광부를 콘텐츠로 그림책을 기획, 최근 펴냈다. 태백시와 함께 만든 그림책 ‘블랙 산타가 된 까망 요정 땅요’다.


동화는 황지연못과 검룡소, 자작나무 숲, 바람의 언덕 등 아름답고 청정한 태백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까망 요정 땅요’가 위기에 처한 마을을 되살리고 주민들에게 행복을 전한다는 이야기를 담는 가운데 태백의 지역 정체성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주인공 땅요는 광부들의 요정으로 오래전부터 석탄 마왕에 맞서 마을을 지켜 온 존재다. 땅요에게 쫓겨났던 석탄 마왕이 다시 나타나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땅요와 눈꽃 요정들이 힘을 합쳐 석탄 마왕을 물리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는다. 특히 그림책 속에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어린 독자들은 태백시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땅요의 활약을 보며 현재 침체된 지역사회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도 느낄 수 있다.


‘블랙 산타가 된 까망 요정 땅요’는 폐광 지역에 희망을 주기 위해 기획된 그림책이다. 그 취지에 맞게 책 판매 수익금 일부는 폐광지역 소년소녀 가장, 한 부모 가정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블랙 산타 땅요 같은 마음이다.


그림책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다. 블랙산타 유튜브 채널을 찾으면 된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68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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