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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4. 지역경제 먹여 살렸던 탄광
2023.03.31

탄광지역의 경제는 광부 중심으로 돌아갔다. 1989년 당시 강원도내 탄광지역의 총 인구는 41만456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 4339만 명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강원도를 기준으로는 약 24.1%에 달한다. 탄광지역이 호황이던 그때를 기억하는 광부들은 지금의 폐광지역보다 당시가 경제적으로는 더 활성화됐었다고 말한다.


삼척 하장면에서 태어나 20살 때부터 27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태백 우성탄광, 한보탄광 등 여러 탄광에서 근무한 김재일(73)씨는 지역이 탄광으로 인해 변하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 왔다. 김 씨는 “원래 삼척 사람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탄광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탄광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할 때만해도 사람들이 엄청 몰려 들었다”며 “특히 내가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집도 주고 따박 따박 월급도 나오는 직장이 흔치 않아 사람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탄광지역은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은 당시 탄광촌의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김 씨는 “예전에는 강아지도 만원권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살짝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며 “당시에 태백에 몰려든 사람들도 많았고 광부들에게 딸린 가족들까지 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살아가며 돈을 썼기 때문에 지역경제는 광부 월급으로 돌아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태백시는 2011년 시민 공모 통해 만원권 지폐와 복을 몰고 다니는 강아지의 이름을 ‘만복이’라고 정하기도 했다. 탄광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원증인 ‘인감증’은 어떤 신분증보다 효과가 높았다. 일부 가게는 인감증만으로도 외상이 가능했다.


정선 동원탄좌에서 근무했던 최월선(73)씨는 “당시에 동원탄좌에서 근무한다는 인감증만 보여주면 가게들도 이 사람 신용을 믿고 외상을 척척 해줬다”며 “약국, 식육점, 잡화점 등 자주 이용하는 곳은 회사와 따로 계약도 맺어 인감증으로 외상을 하고 추후에 회사에 금액을 통보하면 월급에서 제하고 주는 체계도 갖춰져 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정선 사북과 고한 일대에는 광부와 가족들이 거주하는 사택도 수십여채 들어섰다. 최 씨는 “당시 사북에는 동원탄좌, 고한에는 삼척탄좌라는 큰 탄광이 있어 여기 사는 사람만 수 천명이 넘었다”며 “그들이 살 곳이 마련하기 위해서 사북에 동원탄좌 사택만 10곳이 넘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장사하는 사람들 말이 지금 아무리 강원랜드가 커도 사람들 돈 쓰는 건 그때만은 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은 이미 옛날 얘기다.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시행되며 탄광들이 문을 닫았고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지역을 떠나갔다.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한창 진행되던 1995년에는 26만9368명으로 1989년 대비 무려 약 34.3%나 감소했다. 올해는 17만5024명까지 줄어 들었고, 특히 태백시의 경우 지난해 8월 인구 4만 명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6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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