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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8. 성희직 정선진폐상담소장·구세진 광산진폐권익연대회장 인터뷰
2023.03.31

강원도내 진폐재해자들의 권익을 위해 가장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광산진폐권익연대의 구세진 회장과 성희직 정선진폐상담소장이다. 광부이기도 한 이들은 현장에서 겪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기관을 상대로 진폐재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2009년 단체를 설립한 뒤 14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성희직 소장과 구세진 회장을 최근 정선에서 만났다.



성 소장과 구 회장이 탄광과 인연을 맺게 된 시기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 모두 ‘광부’라는 점은 같다. 성희직 소장의 경우 1986년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삼척탄좌에 입사해 일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사업 실패 후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탄광에 들어갔고 노동운동과 관련돼 해고되기 전까지 약 5년간 광부로 일했다.



구세진 회장은 아버지를 따라 탄광에 들어왔다. 먹고 살기 힘들 때였고 주변 사람들도 다 탄광과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구 회장의 아버지도 자연스럽게 탄광으로 향했다. 구세진 회장 역시 2004년까지 30여 년간 광부로 살면서 진폐 13급 판정을 받았다. 판정을 받았을 때 그의 나이 48세였다. 구 회장 아버지도 진폐 판정을 받았으니 부자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도 구 회장은 ‘젊은 진폐환자’다. 구 회장 스스로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진폐재해자 대부분이 고령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구 회장은 자신이 젊은 만큼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



구 회장은 “어느날 한 어르신께 진폐재해자 관련 유인물을 받고 얘기를 하다가 다들 연세가 많다보니 서류 작업이나 행정 처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일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성희직 소장을 소개받게 됐다”고 말했다.



소개를 받을 당시 성희직 소장은 1991년부터 1998년까지 강원도의원을 세 차례나 지낸 정치인이었다. 성 소장은 도의원 경험이 지금의 성희직을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성 소장은 “사실 도의원을 할 때는 지금만큼 진폐재해자들에 대해 몰랐고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해고 광부를 도의원까지 만들어 준 탄광촌 주민들, 광부들께 은혜 갚는다는 마음으로 진폐재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성 소장과 구 회장이 일하고 있는 광산진폐권익연대는 2009년에 설립됐다. 현재 회원 수는 약 4200명 정도로 강원도에만 8개 지회가 있고 화순, 제천 지회까지 총 10개 지회가 있다.



정선진폐상담소는 광산진폐권익연대 소속 상담소로 진폐 관련 상담도 하지만 사실상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를 통해 정책 제시도 하고 해결책을 정부나 지자체에 건의도 한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2009년부터 약 14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성희직 소장은 보람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성 소장은 “내가 단지를 두 번이나 했는데 자기 손을 두 번이나 자른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나 기관들이 우리의 얘기를 귀기울여 들어준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꼭 단지투쟁을 하고 단식하고 혈서를 써야만 우리의 얘기를 들어줬다”며 “이제는 나도 나이가 있고 더 이상 이런 투쟁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진폐재해자들을 생각하면 내가 또 투쟁을 해야하나 그런 마음이 드는 게 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진폐재해자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성희직 소장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시인이다. 1991년 첫 시집을 발간한 뒤 지금까지 총 3권의 시집을 발간한 성희직 소장은 누구보다 광부에 대한 시를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성 소장은 “우리나라에 아무리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도 막장을 체험해보지 않고 우리 광부들을 다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막장에서 광부들의 노동을 제대로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광산진폐권익연대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구세진 회장과 성희직 소장은 엉터리 진폐 판정자 구제를 가장 우선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구세진 회장은 “사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는 것을 듣다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가 파악한 엉터리 진폐 판정자 70명 중 20명은 구제됐는데 20명에 대한 보람보다 구제 하지 못한 50명,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싸우고 있는 38명에 대한 미안함이 앞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진폐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병원 의사들이 말한 환자가 공단 심사에서는 떨어지는 것을 구제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희직 소장도 “광부들의 노동과 희생이 없었으면 지금의 강원도는 없었을 것이고 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또한 제정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지자체는 진폐재해자들의 불편을 귀담아 듣고 관심을 가져야 하며, 진폐단체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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