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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국의 산티아고 - 운탄고도를 가다] 2. 운탄고도 1330 1길
2023.03.31

■ 운탄고도 1길= 성찰과 여유, 이해와 치유의 트레킹코스


운탄고도 전체 440리길의 첫 발을 단종의 애절한 삶이 담긴 영월 청령포에서 떼어놓는 것은 운탄고도에 어린 애잔한 정서를 미묘하게 자극한다. 불과 1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고 갔으나 단종의 삶은 정치와 권력의 허망함을 넘어 인생의 덧없음까지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다. 그 힘을 압도하는 것은 분명 슬픔이지만, 청령포를 돌아 보노라면 슬픔 너머의 무엇, 슬픔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뭔가와 만나게 된다.


만약 이것이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단종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리고 우리의 오랜 역사가 지금의 우리에게 속삭여 주는 말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이 속삭임 안에는 분명 경제도약의 시기 ‘검은 다이아몬드’를 캐내며 청춘을 바쳤던 우리 아버지들의 목소리 또한 담겨 있을 것이다.


청령포를 떠난 발길이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 산길을 넘으면 아름다운 숲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곧이어 태백선 청령포역이 나타난다. 역의 이름은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를 빌어 지어졌다. 1978년 1월 1일 여객은 취급하지 않고 열차의 교차 운행과 대피를 위해 설치한 신호장(信號場)으로만 처음 문을 연 뒤 1995년 8월 10일에 역무원이 배치됐으나 2005년 4월 1일에 역무원이 철수하며 현재까지 폐역으로 남아 있다.


청령포역과 세경대 정문을 지나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풍경과 영월읍 시가지 전경을 감상한 뒤에 남한강을 따라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다 보면 수변공원에 조성된 팔괴2리 태화산카누마을이 보인다.


겨울철을 제외한 봄과 여름·가을에 길을 걷게 된다면 잔잔한 수면 위에서 카누·카약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서 강촌 풍경을 구경하며 숨을 돌려야 한다. 한국 100대 명산의 하나인 태화산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 해발 630여m의 산길 4㎞ 구간은 크고 낮은 언덕과 바윗길로 이어져 있어 자신의 체력을 확인하는 에너지 충전소다. 트레킹 보다는 등산에 더 가깝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이 구간은 외씨버선길 13구간과 겹치는 곳이기도 해서 걷는 동안 두가지 안내리본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2시간여 동안 숨가쁘게 걷는 산길은 비록 힘은 들지만 도착 지점인 김삿갓면 각동리마을에 내려서는 순간 시골과 강촌풍경이 어우러진 아늑한 분위기 속에 상쾌함이 찾아 온다.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동강과 남한강을 따라 걸으며 여유를 되찾고, 그렇게 찾아진 여유로운 걸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에 닿는 이해를 통해 치유에 이르는 운탄고도 1길은 영월읍 청령포∼김삿갓면 각동리 15.6㎞ 구간에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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