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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한국의 산티아고 - 운탄고도를 가다] 3. 운탄고도 1330 2길
2023.03.31

운탄고도 2길은 방랑으로 평생을 살았던 조선 후기 천재 해학시인 난고 김삿갓(본명 김병연 1807~1863)과 함께 걷는 길이다. 전형적인 ‘길 위의 인생’의 대명사인 김삿갓이 죽장에 삿갓을 쓰고 슬며시 나타나 함께 걷노라면 운탄고도 1길에서 얻어온 성찰과 여유가 더 풍부해진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 좋으니(倦馬看山好),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세(執鞭故不加)”라는 김삿갓의 시를 음미하며 1길 종착지인 김삿갓면 각동리를 출발해 남한강 풍광을 구경하면서 가재골로 오르다 보면 운탄고도 2길과 외씨버선길이 겹치는 안내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에서 조금 힘들게 산을 오르면 해발 400.8m 정상 가파른 비탈에 높이 5m 내외의 대야산성(大野山城)이 비바람을 견뎌오며 삼국시대의 생생한 역사를 들려준다.


대야산성은 5세기 말∼6세기 초 영월을 중심으로 삼국 간의 항쟁과 영토확장 전투가 치열했던 시기에 마치 산에 테를 두른 듯한 모양으로 둘레 400여m 정도로 축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3곳만 남아 있다.


능선을 따라 50여분 정도 걷다가 내려와 대야마을을 거쳐 다시 산에 올라 비교적 쉽게 1시간 정도의 걷는 길 왼쪽으로는 자연이 수억년 세월동안 빚어낸 아름다운 옥동천 감상이 가능하다.


산 아래 슬로시티의 본향 옥동늘보마을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끼며 보리밥 등 향토음식으로 식사를 하거나 간단히 요기를 한 뒤 걸음을 재촉해 김삿갓포도마을을 지나면 잘 숙성된 와인 향기가 솔솔 풍겨나는 예밀촌마을이다.


예밀2리영농조합법인(대표 정정근)이 생산하는 ‘예밀와인 로제’는 진한 장밋빛의 아름다운 색과 특유의 산미가 조화를 이루는 화사한 향에다 적당한 보디감을 느낄 수 있어 한국와인 부문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 등 여러 와인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으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와인 생산에 사용되는 포도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데다 배수가 잘되고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토양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다. 좋은 와인이 좋은 포도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주가들은 와인 맛을 볼 수도 있고, 예밀와인 힐링족욕체험센터에서 전문자격의 체험사무장 해설 아래 품격있는 족욕체험으로 피로를 풀 수도 있다. 자연스레 세상에 대한 욕심과 번뇌·아쉬움·슬픔·화·걱정 등을 저절로 내려놓게 된다.


“삶이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진리를 되새기며 걸음을 옮기면 맑은 샘물이 흘러나오는 출향인공원 정자에서 갈증을 해소한 뒤 바쁘게 장재터까지 2.74㎞를 올라야 한다.


장재터를 지나서 닿게되는 만경대산 7부 능선 자락 해발 700m의 분지에 형성된 ‘구름이 모여드는’ 모운동(暮雲洞) 마을은 운탄고도 2길의 마지막 발길이 멈춰지는 곳으로 비교적 편한 길이다. 경사도가 심한 산에 인간의 편리를 위한 찻길을 만들다 보니 완전 굽이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우리의 굴곡진 인생사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오르다가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면 숲에 가린 길도 언뜻언뜻 만나고, 더 멀리 눈길을 두면 산 아래 예밀촌마을의 풍경에 저절로 걸음이 멎는다. 바삐 치고 오르는 것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김삿갓면 각동리에서 시작해 주문리 모운동에 이르는 길은 총 길이 18.8㎞에 7시간 정도 걸린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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