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탄광지역을 중심으로 진폐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재해자들이 파악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본지가 근로복지공단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받은 2022년 도내 진폐 및 COPD 재해자 승인현황을 살펴보면 도내에만 총 5272명(2022년 10월 기준)의 진폐 재해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대부분은 폐광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도내 폐광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4개 시·군(태백, 삼척, 정선, 영월)에만 전체 약 72.9%인 3799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십년 간 분진과 먼지에 노출된 탄광생활이 결국 진폐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촉발한 것으로 탄광지역 주민들은 보고 있다.
강원도내에만 5000명이 넘는 진폐 및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질환자들이 있지만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강원도내 병원은 단 3곳 뿐이다. 태백, 정선, 동해에 몰려 있다. 탄광지역 광부들은 젊어서도, 나이가 늘어서도 폐광지역을 떠날 수 없게 됐다.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매달 약을 처방받아야 하고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진폐 환자들은 병원에 자주 갈 수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지 않는 병원을 가게 되면 치료비 부담이 더 크다.
함백광업소에서 일했던 남춘자(83)씨는 서울로 갔다가 다시 정선으로 돌아왔다. 남 씨는 “탄광 일을 그만두면서 아들이 이제는 같이 살자고 해 서울로 갔는데 26년 넘게 분진 속에서 일했던 게 쌓였는지 진폐 11급 판정을 받았다”며 “그래서 요양과 치료를 위해 다시 정선에 내려와 살고 있다”고 말했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옥동광업소, 함백광업소 등에서 근무한 뒤 지금도 정선에 거주하고 있는 최시규(79)씨는 “2002년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그만뒀지만 거의 평생을 영월, 정선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다른 곳으로 갈 엄두가 안 났다”며 “특히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사람을 다시 사귀는 것도 어렵고 광부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 못하다 보니 더 지역을 못 떠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위한 지원 조례도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다. 강원도는 지난 2009년 9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폐노동자의 건강보호 및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가 조례를 제정하자 2009년 12월 영월군을 시작으로 강릉시, 원주시,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 태백시 등 7개 시·군에서도 진폐 재해자를 위한 조례 제정이 잇따랐다. 해당 조례들을 통해 진폐 재해자들은 재활치료 및 생활 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7개 시·군 외 나머지 지역에는 진폐 재해자 관련 조례가 없다. 도내 진폐 재해자 177명은 조례가 없는 지역에 살고 있는 셈이다.
조례가 있다 하더라도 대상 범위가 모호해 개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조례가 진폐 재해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태백시만 ‘직업성 만성폐쇄성폐질환자’를 조례 지원 대상으로 명시해 놨다.
구세진 광산진폐권익연대 회장은 “COPD 환자에 대한 치료 및 관리나 생활개선 측면에 지원 대책이 아직은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1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