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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7. 진폐증·COPD 재해자 대부분 고령
2023.03.31

지난 2000년 진폐 11급 판정을 받았던 최시규(79)씨는 지난 2010년 재검사를 통해 7급으로 등급이 상향조정됐다. 2000년 당시 진폐 판정을 받았음에도 최 씨는 경제적인 이유 탓에 탄광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당시 몸 상태로는 이미 갱도안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한 상태였고 다행히 관리직 정원이 남아 일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진폐환자가 일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2002년 일하던 철산기업이 1차 구조조정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그래도 일을 할 수는 있을 정도였던 최 씨의 몸 상태는 10년 사이 숨이 차 동네를 산책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최시규 씨는 “이제 와서는 진폐가 낫는 것은 둘째치고 몸이 나빠지지 않고 유지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광부 동료들인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북 동원탄좌에서 22년간 근무했던 김순자(77)씨는 아직까지 진폐 판정을 받지 못하고 의증 판정만 받은 채 매일 기침과 가래로 고생하고 있다. 1997년 퇴직한 이후부터 몸이 점점 나빠졌던 김순자씨는 심사를 받을 때마다 정상이라는 판정을 내리는 근로복지공단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근로복지공단 정선병원에서 진행한 검사 마지막 날 의사 면담에서 의사가 폐 사진을 보여주며 폐가 많이 안 좋아 큰 병원을 가야할 수도 있겠다고 했음에도 그 해 근로복지공단 진폐심사에서도 김순자씨는 어김없이 의증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당시 사북 동원탄좌 선탄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현장 동료들과 최근에도 통화했지만 아마 우리 죽을 때까지 급수 못 받는다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렇게 등급을 안 주는지 모르겠다. 진폐라는 게 나빠지면 나빠지지 절대 좋아질 수는 없고 몸이 정상인 사람도 나이가 들면 몸이 안 좋아지는데 우리는 더 심하다”라고 하소연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받은 2022년 도내 진폐증 및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재해자 승인현황을 살펴보면 도내 총 5272명의 진폐증 및 COPD 재해자 중 70대 이상 고령층이 78.1%인 4122명(2022년 10월 기준)다. 60대 역시 1105명에 달한다. 20~30대 환자는 단 한 명도 없고 40대와 50대도 45명에 그친다. 탄광 근로자들은 이 같은 수치가 도내 광산 전성기인 1960년대~1980년대 근무하던 광산근무자들이 당시에는 건강에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다가 고령이 됐을 때 진폐증·COPD 판정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역시 진폐증이나 COPD의 경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증상이 악화하고 관리하기 더 어려운 질병이라고 말한다. 이창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진폐증이나 COPD 같은 경우에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폐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치명적”이라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젊을 때는 모르다가 폐가 다 망가지고 난 뒤에야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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